Extra Ordinary/Review

블랙스완 완벽하게 파괴되는 백조이야기

앙트러프러너『레오』 2013. 1. 19. 15:45

두고두고 아끼다가 드디어 보게 된 영화 블랙스완.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점차 파괴되어 가는 발레리나를 연기한 나탈리 포트만의 명연기가 일품인 영화다.

 

 

 Poster design by Bemis Balkind

출처 : http://www.impawards.com/2010/black_swan_ver6.html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나탈리 포트만, 뱅상 카셀, 밀라니쿠스 주연

 

 

블랙스완 Official HD Trailer 영상

 

 

완벽히 순수한 백조 그리고 정체성의 혼란

 

니나 세이어스(나탈리포트만)는 천성이 순수한 여인으로,

순수하고 우아한 백조의 연기로는 뉴욕 발레단에서 단연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발레리나이다.

그런데 새롭게 각색된 '백조의 호수' 공연은 순수한 백조 뿐만 아니라 섹시하고 관능적인 흑조의 모습까지 담아내야 한다.

 

하지만 순수한 니나는 완벽한 백조의 연기와는 다르게 섹시하고 도발적인 흑조의 연기를 쉽게 소화해내지 못하며

주인공으로 발탁되지 못할까봐 점점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는데

그러던 중 새로 입단한 릴리(밀라니쿠스)가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관능적이고 섹시한 매력을 뿜어내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큰 심리적인 압박을 받게 된다.

 

우아한 백조를 연기중인 니나

 

 

인간은 살아가며 누구나 한 번 쯤은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되고 이를 잘 극복하여 자아를 형성하게 되는데

하지만 그 혼란이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게 되면 제대로 된 자아를 형성하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스스로를 파괴하게 되기도 한다.

 

블랙스완의 니나는 완벽한 연기를 펼쳐야 한다는 강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강박관념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나온 것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른 채 그녀는 무대 위에서

그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는 완벽한 백조를 연기해 온 것이다.

 

그러한 불분명한 목적성으로 인해 그녀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기 시작하고

감독은 그녀의 불안함 심리를 디테일하게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영화 곳곳에 성공적으로 녹여 놓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 또한 불안한 마음을 잠시도 거둘 수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극중 감독 토마스 르로이(뱅상 카셀)

 

그녀의 억압된 관념을 풀어주다.

 

극중 감독인 토마스는 니나의 억압된 관념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블랙스완이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영화는 흑과 백이라는 이중적인 관념 사이에서 고뇌하는 발레리나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토마스는 다소 섹슈얼적인 방법으로 니나의 '블랙'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연기하고 있으며 그녀로 하여금 근본적인 정체성의 바닥부터 돌아보게 만드는 말을 많이 하게 된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명언이라 나도 내 정체성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내가 백조만 캐스팅하면 백조는 니꺼야.

하지만 난 백조만 캐스팅하지 않아."

 

"4년 동안 니가 춤출 때 마다 모든 동작들 하나 하나를 완벽하게 해내려는 강박은 봤지만

너 자신을 풀어주는 것은 본 적이 없어. 단 한번도.

그 모든 규율들은 뭘 위한거지?"

 

그러자 그녀가 말한다.

"전 그저 완벽하고 싶었어요."

 

"완벽함이란 통제하는 것만이 아니야. 그냥 흘러가게 두는 것이기도 해!"

 

"니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너야!.

이제 보내야 할 때야. 너를 편안하게 해줘"

 

너를 편안하게 해줘...

너를 편안하게...

너를...

.

.

.

ㅠㅠ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나를 향해 던지는 말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녀, 무대에 오르다.

 

스타가 되고 싶은 욕망, 여린 마음, 주위의 압박, 불안감, 완벽에 대한 강박, 정체성의 혼란.

이 모든 것을 끌어안고 그녀는 무대에 오르게 된다.

최고의 몰입도를 보여주는 그녀의 무대를 보는 내내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모든 것을 다 떠나서 나는 단 한 번이라도 그녀의 모습처럼 간절하고 열정적이었던 적이 있었는가.

적어도 무대 위에 있는 그녀는 그 순간 만큼은 세상 그누구보다 행복했으리라.

단 1초도 눈을 뗄 수 없는 클라이막스는 모든 관객의 눈과 심장 심지어 모든 호흡까지 끌어당긴다.

 

 

  

 

 

 

그녀의 눈물의 의미

 

마지막에 흘리는 그녀의 눈물.

나는 그 눈물을 보는 순간 머리 속이 너무나 복잡해졌다. 과연 저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내가 단 한번이라도 저렇게 간절하게 무엇인가를 원했었다면 아마도

저 눈물의 의미를 알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 어렴풋이나마 느껴진다. 그녀의 눈물, 그 의미가...

 

 

 

 

 

 

 

 

 

 

 

 

블랙스완은 주인공 니나가 사회적목표와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을 겪으며 정신적으로 파괴되어 가는 부분에 대한

심리적인 묘사를 영상과 함께 잘 표현해 냈다는 느낌을 받는다.

SNS라는 사회적인 소통 채널이 확대되며 내 인생에 대한 타인의 시선과 간섭이 더욱 쉽게 이루어 질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하지만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넘겨버렸던 부분에 대해

깊이 고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영화인 것 같다.

 

사회적 목표와 개인의 정체성, 타인의 평가와 시선 속에서 출구를 찾지 못해 헤메이는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어떤 백조의 모습일까.

 

작품성 있는 영화를 찾고자 하는 분들에게 눈감고 지그시 이 영화를 추천 해본다.